가상세계인 '넷스피어'의 붕괴(카오스)로 인해 '기저현실(基底現實)'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모종의 감염 사태가 발생하여 어느 순간부터인가 넷스피어에 접속할 수 있는 '넷 단말 유전자'를 지닌 인간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도시를 건설하는 로봇 '건설자'들은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도시의 크기를 무한정으로 확장시켜 갔다. 그로 인해 지구는 수천 수만 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도시 구조물, 이른바 '구조체'로 겹겹이 뒤덮여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고, 인류는 끝없이 확장되는 도시 구조물 속에서 길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본래 넷스피어에서 보안용 백신 프로그램 역할을 수행하던 '세이프가드'는 넷 단말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인간들을 불법침입자로 간주하여 발견하는 즉시 모조리 제거하고 있다. 넷 단말 유전자를 지닌 인간들이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춰 버린 현 시점에서는 사실상 거의 모든 인간들이 세이프가드의 공격대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틈타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는 신종 생명체 '규소생물'도 인간이 눈에 띄는 족족 모두 죽여 없애고 있다. 행여나 넷 단말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 나타나 넷스피어가 정상화되면 규소생물들은 존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넷스피어의 운영체제 중 하나인 '통치국'은 한시라도 빨리 넷 단말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찾아내어 넷스피어를 정상화시키길 바라고 있지만, 권한상의 한계로 인해 현실 세계에 쉽사리 개입하지 못 하고 있다.
이러한 혼돈 상황은 까마득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구조체는 지구를 뒤덮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 태양계를 집어삼킬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로 거대해졌고,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구조체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한다. 인간은 이미 오래 전에 유전자가 각기 다르게 변이하여 서로 다른 여러 종으로 분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넷 단말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찾아 끝도 없이 펼쳐진 구조체 속을 여행하는 주인공 '키리이'. 그의 손에는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는 궁극의 병기 '중력자 방사선 사출장치'가 들려 있다.